태권도장에서 검을 잡는다.

지금은 다양한 무도와 스포츠 프로그램이 결합된 교육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17년 전인 2009년 당시만 해도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이외의 새로운 무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생소한 일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태권도와 검 수련의 장점을 하나의 새로운 체계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바로 ‘태권검도’다.

태권검도는 전성권 창시자가 오랜 무도 수련과 태권도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개발해 2009년 8월 8일 처음 세상에 발표한 무도다.

태권도의 역동적인 발차기와 신체 움직임, 예절과 수련체계에 검을 활용한 기술과 수련방식을 접목하면서 기존 종목 가운데 하나를 단순히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교육·수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태권도장에서 검을 잡는다는 새로운 도전

태권검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주변의 시선이 언제나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태권도장에서는 태권도만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검을 활용한 새로운 수련방식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태권도 하나라도 잘하면 되지 않느냐”, “태권도장에서 왜 검을 가르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검도가 주목한 것은 태권도와 검도 가운데 어느 한 종목을 다른 종목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태권도가 가진 장점을 유지하면서 검을 활용한 새로운 동작과 수련을 통해 집중력과 신체조절 능력을 기르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흥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무도를 수련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가능성을 찾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이후 태권검도의 기술과 교육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토대가 됐다.

2009년 대한태권검도협회에서 시작

태권검도의 조직적인 보급도 2009년부터 시작됐다.

태권검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지도자를 양성하며 보급하기 위해 대한태권검도협회가 만들어졌고, 이후 활동 영역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되면서 세계태권검도연맹으로 발전하게 됐다.

단체의 명칭과 활동범위는 확대됐지만 핵심 목표는 일관됐다.

누구나 보다 체계적으로 태권검도를 배우고, 지도자는 동일한 교육체계를 통해 수련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기술과 교육과정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본동작에서부터 검을 활용한 공격과 방어 동작, 품새 형태의 연속동작, 시범과 응용기술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연구됐다.

태권도와 검의 장점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태권검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태권도복을 입고 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무도의 특징을 무리하게 섞는 것 역시 목표가 아니다.

태권도의 장점과 검 수련이 가진 장점을 분석하고 이를 하나의 교육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태권검도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과제다.

태권도의 발차기와 이동, 균형감각과 신체활동에 검을 활용한 손동작과 거리감각, 방향전환 등을 결합하면 기존의 맨손 수련과는 또 다른 형태의 신체교육이 가능하다.

특히 검이라는 수련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동작과 통제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술을 빠르고 강하게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절제와 집중, 안전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린이·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

태권검도가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해 온 영역 가운데 하나는 태권도장에서의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지도하는 것만으로 장기간 흥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수련도구와 단계별 목표가 주어지면 수련에 대한 집중도와 성취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흥미만을 위해 검을 사용하는 것은 태권검도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다.

검을 잡는 순간부터 안전수칙을 지키고 상대방과의 거리를 인식하며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움직임을 통제하도록 교육하는 과정 자체가 수련의 일부다.

검을 잘 사용하는 것보다 검을 올바르게 다루는 사람을 만드는 것.

이것이 태권검도가 무도교육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가치 가운데 하나다.

태검 1장부터 8장까지…교육체계 구축

태권검도는 지난 17년 동안 단순한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련체계를 구축해 왔다.

대표적으로 태검 1장부터 태검 8장까지 단계적으로 수련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으며, 기본적인 검법과 응용동작, 시범 프로그램 등으로 교육영역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교육 콘텐츠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배울 수 있도록 영상자료와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 도장에서 지도자에게 배우는 전통적인 수련방식과 온라인 영상 및 디지털 콘텐츠를 연결함으로써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태권검도를 배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를 향하다

2009년 작은 도전으로 시작된 태권검도는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태권도장을 중심으로 축적해 온 교육 경험을 체계화하고 지도자 교육과 세미나, 영상 콘텐츠와 디지털 트레이닝을 연결해 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특히 태권도는 이미 세계적인 무도이자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태권검도는 이러한 태권도의 국제적인 교육 기반과 장점을 존중하면서 검을 활용한 새로운 무도 콘텐츠를 통해 태권도장의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17년 전의 질문, 그리고 새로운 도전

2009년 태권검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받았던 질문은 단순했다.

“태권도장에서 왜 검을 잡는가.”

17년이 지난 지금 태권검도는 그 질문에 기술과 교육과정을 만들고 지도자를 양성하며 실제 현장에서 수련생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답해왔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질문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한 태권검도를 세계의 태권도장과 무도인들이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2009년 8월 8일 시작된 태권도와 검의 새로운 만남.

그 도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