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혈당’을 떠올린다.

하지만 장기간의 당뇨병이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콩팥, 즉 신장의 손상이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 손상이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행할 수 있고, 신장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될 경우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뇨병 환자가 모두 투석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신장 손상의 위험을 일찍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 당뇨병, 왜 콩팥을 공격하나

신장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걸러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고 전해질과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다.

그러나 높은 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신장 내부의 미세혈관과 사구체에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문제는 신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해도 초기에는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이 붓거나 소변에 변화가 생기고 피로감 등이 나타날 때는 이미 신장 기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있어 증상이 생긴 뒤 검사를 받는 것보다 위험군에서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혈당검사만으로는 부족…‘소변 알부민·eGFR’ 확인

당뇨병 환자의 신장 건강을 살펴볼 때 중요한 지표가 소변 알부민과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이다.

소변 알부민 검사는 정상적으로는 혈액에 머물러야 하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eGFR은 혈액검사 등을 토대로 신장이 혈액을 얼마나 잘 걸러내고 있는지 추정하는 지표다.

따라서 혈당이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장 상태까지 정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이 있거나 신장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투석을 늦추는 핵심은 ‘한 가지’가 아니다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방법을 특별한 음식이나 건강식품 하나에서 찾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관리의 핵심은 훨씬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위험요인 관리에 있다.

혈당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혈압과 콜레스테롤 등 심혈관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고 금연, 적절한 운동, 체중관리와 균형 잡힌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이 함께 있는 환자에서는 신장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약물치료도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 진료지침은 환자의 신장 기능과 건강상태에 따라 SGLT2 억제제 등을 포함한 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약물의 종류와 사용 여부는 개인의 신장 기능과 다른 질환, 현재 복용 중인 약 등을 고려해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

■ 진통제도 조심…“건강식품이니까 괜찮겠지”는 위험

콩팥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평소 복용하는 약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일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상황에 따라 신장 혈류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만성콩팥병 환자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의료진과 상의 없이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천연 성분’이나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한약이나 각종 건강보조제를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에서 특정 성분을 배출하는 능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장질환이 있거나 당뇨병으로 신장 기능을 관리하고 있다면 새로운 약이나 보충제를 복용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 짜게 먹는 습관도 바꿔야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혈압 관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혈압은 당뇨병 환자의 신장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국물과 찌개, 젓갈, 가공식품 등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식습관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이미 만성콩팥병이 진행된 환자의 경우 칼륨·단백질·수분 등의 섭취 기준이 일반인과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본 ‘신장에 좋은 음식’을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의 신장 기능과 검사 결과에 맞는 식사 방법을 의료진이나 임상영양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당뇨가 있다고 모두 투석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미래에 반드시 투석을 받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투석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현재 자신의 신장 상태를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것이다.

신장 기능 저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혈당과 혈압, 생활습관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진행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신장질환 진행과 심혈관 위험을 낮추기 위한 치료 선택지도 과거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 ‘혈당 숫자 하나’가 아니라 몸 전체를 관리해야

당뇨병 관리의 목표는 단순히 혈당계에 나타나는 숫자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눈과 심장, 혈관, 신경 그리고 콩팥까지 장기간 보호하는 것이 진짜 목표다.

특히 콩팥은 손상이 진행되는 동안 뚜렷한 신호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면 정기적인 진료 과정에서 자신의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콜레스테롤, 소변 알부민과 eGFR 등 신장 관련 검사 결과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투석을 최대한 멀리하고 싶다면 특별한 비법보다 기본적인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혈당과 혈압을 관리하고, 담배를 끊고, 적절하게 운동하며, 짜게 먹는 습관을 줄이고, 신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는 약이나 건강보조제를 임의로 복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신장 손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다.

작은 생활습관과 꾸준한 관리가 오랜 시간 뒤의 신장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당뇨병이나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신장 기능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