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가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회담 자체가 정치적 성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거 미국 행정부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외교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의 핵 문제와 한미연합훈련, 한미동맹 등이 협상의 주요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 국무부 출신 전문가들, 북미 정상회담에 경계론
한국일보가 30일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회동 추진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러셀 연구원은 북한이 과거보다 고도화된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유리한 환경을 확보한 만큼, 향후 협상에서 비핵화보다 핵보유국 지위와 한미연합훈련 문제 등을 협상 의제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같은 문제가 협상 과정에서 다뤄질 경우 한미동맹의 군사적 대비태세와 대북 억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북한의 협상 목표 달라졌을 가능성”
과거 6자회담과 북핵 문제에 관여했던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 역시 신중론을 제기했다.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리비어는 과거 북한이 협상을 핵 개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현재는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보다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북미 협상이 진행될 경우 미국 본토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줄이는 문제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문제가 서로 다른 비중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경계했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북미 간 합의가 미국 본토의 안보 위험을 낮추는 데 집중되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면 한미 간 안보 이해관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 자체는 필요…결국 관건은 ‘무엇을 합의하느냐’
반면 북미 간 대화 재개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군사적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정상 간 또는 실무급 소통 채널이 다시 열리는 것은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회담 개최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의제를 협상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과거 북미 정상회담 당시보다 변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협상이 시작된다면 비핵화 목표와 핵동결, 군비통제, 대북제재, 한미연합훈련,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등 복잡한 현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 관리도 주요 과제로
북미 관계 변화는 한미동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셀과 리비어는 한국일보 인터뷰를 통해 향후 한미 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사전 협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제·통상 문제와 방위비, 대미 투자 등 여러 현안이 동시에 얽혀 있는 만큼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외교력도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정책 목표가 어디까지 일치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다시 움직이는 한반도 외교…한국의 역할 중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직접 만난 바 있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은 실질적인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후 장기간 교착상태가 계속됐다.
새로운 북미 대화가 실제로 성사된다면 과거 회담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변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국제정세를 반영한 새로운 협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 정부에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미동맹, 대북 억제력,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여러 목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외교적 과제가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북미 간 접촉이 실제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새로운 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실질적인 안보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 기사는 공개된 북미관계 관련 사실과 한국일보가 보도한 대니얼 러셀·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인사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 Global News24가 별도로 구성한 국제·정치 분석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