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의 출결 프로그램이 아이가 ‘왔는지, 오지 않았는지’를 기록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아이가 오늘 무엇을 잘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기록한다면 어떨까.

계명태권도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아이성장마당’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어린이 성장 중심의 디지털 수업·도장운영 시스템이다.

아이성장마당의 뿌리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35년간 이어진 태권도 교육 현장에 있다.

전성권 관장은 오래전부터 수련생들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현황판에 아이들의 번호를 표시한 뒤, 수업 중 잘한 행동이 있을 때마다 자석으로 된 별을 하나씩 붙여주는 칭찬교육을 해왔다.

바른 인사를 하거나 수련에 집중했을 때, 친구를 배려했을 때, 어려운 동작에 도전했을 때 별 하나가 더해졌다. 수업이 끝나면 별을 가장 많이 받은 아이를 함께 축하하고 친구들이 박수를 보내며 때로는 작은 선물도 전달했다.

자석으로 붙이던 ‘별 하나’, 디지털 수업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이 작은 별판은 조금씩 달라졌다.

종이와 자석으로 관리하던 별은 디지털 화면으로 옮겨졌고, 이제는 수업 중 아이가 칭찬받으면 대형 화면의 STAR가 올라간다. 별의 개수에 따라 순위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그날의 선두 수련생이 화면에서 강조된다. 수업 미션과 공지사항, 개인 전달사항 등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현재 운영 중인 STAR 수업 시스템은 지속적인 현장 개선을 거쳐 2.8.1 버전까지 고도화됐다.

특히 전 관장이 주목한 것은 수업 중 컴퓨터를 계속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었다.

이를 위해 음성 기능을 수업 시스템에 결합했다.

관장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련생 이름과 명령을 말하면 출석이나 STAR와 같은 기능을 음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있다.

이 기능은 앞으로 계명태권도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 수업도우미 ‘계명아’를 중심으로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계명아”라고 부르면 AI 수업도우미가 관장의 말을 듣고 출석과 칭찬, 수업 진행과 관련한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AI가 사범이나 관장을 대신해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아이들을 바라보고 직접 지도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과 기록, 수업 진행을 옆에서 돕는 것이 목표다.

출결과 학부모 문자는 ‘기본 기능’

아이성장마당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적인 도장 관리 기능을 별도의 영역으로 떼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련생 출결을 관리하고 관련 기록을 저장할 수 있으며, 관장 휴대전화를 문자 발신 중계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구축해 별도의 유료 문자 서비스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성장마당이 지향하는 핵심은 출결 자체가 아니다.

출석 → 수업 참여 → 칭찬 STAR → 미션과 도전 → 성장기록 → SPARK

로 이어지는 구조가 핵심이다.

오늘 받은 별 하나가 그날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이가 얼마나 꾸준히 출석하고 도전하고 배려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전 관장은 이를 두고 “도장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35년 현장 지도자가 직접 개발자로 나서

아이성장마당의 또 다른 특징은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에 의뢰해 완성품을 공급받은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무도·공익 관련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전성권 관장은 최근에는 현장 교육 경험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개발자 역할까지 직접 맡고 있다.

실제 수업에서 필요한 기능을 발견하면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고, 다시 수업에서 사용해 본 뒤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실제 수업 모습을 따라 프로그램이 계속 바뀌고 성장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전 관장은 “예전에는 현황판에 자석 별을 직접 붙였다. 지금은 휴대전화로 말하면 화면에서 별이 올라가고 그날의 챔피언까지 확인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별 하나가 아이에게 어떤 칭찬과 동기를 주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 사용료 없는 자체 시스템…회원 도장 무상 보급 모델도 구상

자체 개발 방식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계명태권도는 아이성장마당의 핵심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운영하면서 도장 관리 프로그램의 월 사용료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스템을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계명태권도에서 충분한 현장 검증이 끝난 이후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다른 회원 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도장 복제용 마스터 템플릿’을 별도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도장명과 로고, 지도자 정보, 관리자 계정, AI 수업도우미의 이름 등 도장별 정보만 변경하면 기본적인 홈페이지와 아이성장마당 운영체계를 새로운 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정한 활동과 자격 기준에 도달한 회원 지도자에게는 시스템 자체의 구축비와 월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자격을 갖춘 회원 지도자가 노트북을 가지고 방문하면 계정 생성과 초기 설정, 도장별 시스템 복제, 데이터베이스 구축, 관리자 설정, 기본 교육과 작동 점검까지 하루 안에 마치고 자신의 도장으로 돌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표준화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1일 구축’ 방식은 현재 계명태권도 시스템의 현장 운영을 충분히 안정화한 뒤 복제용 마스터 템플릿을 완성하고 실제 구축 테스트를 거쳐 공식화할 예정이다.

계명태권도에서 시작해 다른 도장으로

아이성장마당의 첫 번째 실증 현장은 계명태권도다.

하지만 시스템의 이름을 ‘계명태권도 관리 프로그램’으로 한정하지 않은 것도 향후 확장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계명태권도에서는 AI 수업도우미를 ‘계명아’라고 부르지만 다른 도장에 적용될 경우 해당 도장의 이름과 문화에 맞는 AI 이름과 화면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하나다.

아이를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주인공으로 바라본다는 것.

35년 전 현황판에 붙였던 작은 자석 별 하나가 디지털 STAR가 되고, 음성과 AI를 만나고, 출결과 수업 기록을 넘어 아이의 장기적인 성장 기록으로 발전하고 있다.

계명태권도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앞으로 여러 태권도장의 수업 풍경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주목된다.

“출석을 기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 아이가 잘한 것 하나를 찾아 칭찬하고, 그것을 기록해 아이가 자신의 성장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아이성장마당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