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장난으로 작성한 폭파 협박성 댓글 한 줄이 1200만원이 넘는 민사상 배상 책임으로 이어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8단독이 국가가 20대 남성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8월 발생했다.

A씨는 8월 5일 오후 11시께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폭파 예고 사건을 다룬 방송사 유튜브 뉴스를 본 뒤 자신도 해당 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댓글에는 구체적인 범행 장소나 실행 시점 등이 명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폭파 협박 가능성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경찰은 실제 상황에 대비한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백화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게시자를 추적하기 위해 모두 277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했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용인서부경찰서는 해당 댓글의 IP 주소 등을 확인해 게시자를 추적했으며, 하동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결국 다음 날 오전 A씨의 주거지에서 그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장난으로 협박성 글을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게시물 하나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경찰 인력과 국가 비용이 투입됐다는 점이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관 인건비를 비롯해 초과근무수당과 차량 유류비, 급식비 등 당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계산해 A씨를 상대로 1256만7881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국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경찰청이 산정한 약 1256만원의 국고 손실액을 A씨가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 협박성 게시물로 인해 낭비된 치안행정비용 전액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이번 판결은 온라인상에서 ‘장난’이라는 이유로 작성하는 폭파·테러·살인 등 협박성 게시물이 단순한 인터넷상의 표현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찰은 실제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협박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이나 테러 위협의 경우 시민 안전을 위해 현장 통제와 수색, 순찰 강화, 게시자 추적 등에 상당한 인력이 투입될 수 있다.

허위 협박 신고나 게시물이 반복될 경우 정작 경찰력이 필요한 실제 범죄와 긴급 상황에 대응할 인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서울경찰청은 장난으로 작성한 협박성 게시물 하나에도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될 수 있고 이에 따른 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공중을 대상으로 한 협박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국가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할 경우 민사상 책임까지 적극적으로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온라인에서 작성한 협박성 게시물은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경찰 출동과 수색 등에 사용된 국가 비용에 대해서도 상당한 민사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더욱 분명해졌다.

‘장난으로 썼다’는 해명이 수백 명의 경찰이 움직인 결과까지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