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한국 지도시장 공략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도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위치를 확인하고 길을 찾는 지도 서비스를 넘어 여행과 예약, 결제, 모임, 장소 추천 등 이용자의 일상생활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지도 서비스의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지도 애플리케이션의 ‘실험실’에 세계지도 기능을 추가했다.
실험실은 새로운 기능을 정식 서비스로 출시하기에 앞서 이용자 반응과 사용성을 시험하는 공간이다. 세계지도 기능을 활성화하면 국내를 넘어 여러 국가와 주요 도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지역의 철도와 공항, 도시 및 주요 시설 등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고 지도 확대를 통해 건물과 거리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철도 노선과 역을 구분해 볼 수 있으며 숙박시설이나 관광명소 등 여행에 필요한 장소 정보도 제공된다.
네이버지도가 국내에서 구축해 온 익숙한 사용자 환경을 해외 지도에도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국내 네이버지도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해외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적지를 입력한 뒤 세밀한 이동 경로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별 언어 지원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정식 서비스 여부 역시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향후 이용 수요와 서비스 여건이 확보된다면 해외 식당 예약과 결제, 도보 및 대중교통 경로 안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의 지도 서비스 글로벌화 움직임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외국인 이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네이버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개선하고 장소 예약과 주문·결제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 장벽을 낮추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개인별 관심사를 반영한 지도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맛집이나 명소를 검색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저장한 장소 목록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 경유지를 추가해 자신만의 이동 코스를 구성하는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역시 지도 서비스를 일상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맵과 카카오톡의 연결성을 활용해 친구나 지인들과 장소를 공유하고 모임 장소를 정하거나 운동 기록 등을 함께 공유하는 등 카카오가 보유한 ‘관계 기반 플랫폼’의 장점을 지도 서비스에 접목하는 전략이다.
국내 지도 플랫폼들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구글의 한국 지도시장 확대가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이 요구해 온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장기간 이어져 온 지도 반출 논의에 중요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구글은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도와 길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지도 반출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해 왔다.
구글의 국내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이 양분해 온 국내 지도 플랫폼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 각국에서 지도와 검색, 여행정보 등을 연결해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한 구글과 국내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발전시켜 온 네이버·카카오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선택한 차별화 전략은 ‘생활밀착’이다.
맛집 검색에서 예약과 결제까지 이어지고, 친구들과 장소를 공유하거나 모임을 만들며, 개인 취향에 따라 장소와 이동 코스를 추천받는 등 지도 자체보다 지도 위에서 이뤄지는 생활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도 플랫폼이 단순한 길찾기 도구를 넘어 이용자의 이동과 소비, 여행, 모임을 연결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구글의 고정밀 지도 활용이 본격화되고 네이버의 세계지도 서비스가 고도화될 경우 국내 지도 플랫폼 경쟁은 ‘한국 지도시장’이라는 경계를 넘어 글로벌 서비스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승부처는 지도 자체의 정밀도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지도 위에서 무엇을 검색하고, 예약하고, 결제하며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