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WS24] 평범한 주택 정원 아래에서 1000년 가까운 세월을 잠들어 있던 바이킹 시대의 거대한 은 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덴마크 유틀란트반도 북부 레빌 지역의 한 개인 주택에서 약 18.5㎏에 달하는 바이킹 시대 은 유물이 발견됐다. 유물과 파편은 약 700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덴마크에서 확인된 바이킹 시대 은 보물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 테라스 만들려다 발견한 ‘뜻밖의 보물’
발견 과정은 극적이었다.
집주인은 새로운 타일 테라스를 설치하기 위해 정원의 잔디와 자갈 등을 걷어내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 약 30분이 지났을 무렵 땅을 파던 도구가 금속성 물체와 부딪쳤다.
처음에는 땅속에 오래된 철제 물건이나 폐기물이 묻혀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주변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내자 예상과 전혀 다른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신구를 시작으로 주화와 은괴 등이 잇따라 발견된 것이다.
일부 유물은 당시 보물을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안에서도 발견됐다. 토기 내부에는 약 320점, 무게 약 6.4㎏의 유물이 남아 있었으며 나머지는 주변 토양에 흩어진 상태로 확인됐다.
■ 은괴부터 팔찌·주화·‘토르의 망치’까지
발견된 유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은괴와 팔찌, 온전하거나 조각난 주화 47점, 잘게 잘린 은제품을 비롯해 북유럽 신화에서 잘 알려진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작은 은제 물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은괴에서는 바이킹 시대 스칸디나비아에서 사용됐던 룬 문자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새겨진 문자가 개인의 이름이나 소유자를 나타내는 표시일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 바이킹 시대에는 ‘은의 무게’가 돈이었다
이번 발견은 바이킹 시대의 경제생활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동전에 표시된 액면가만으로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은 자체의 무게와 품질이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사용됐다.
따라서 은괴나 장신구를 필요에 따라 잘게 자른 뒤 무게를 측정해 거래에 이용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 가운데 잘린 은 조각과 은괴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도 이러한 경제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은제품의 무게가 일정한 범위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나와 단순히 귀중품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당시 소유자가 은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던 일종의 ‘자산 저장고’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잉글랜드 동전 옆에 아랍 은화가 있었다
이번 보물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만들어진 주화가 한 장소에서 함께 발견됐다는 점이다.
유물 가운데는 10세기 전후 잉글랜드에서 만들어진 앵글로색슨 은화가 포함됐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랍권에서 만들어진 은화인 ‘디르함’도 함께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일부 디르함은 조각난 상태였다. 당시 사람들이 동전의 종류나 액면가보다는 포함된 은의 양을 기준으로 가치를 계산해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 1000년 전에도 세계는 연결돼 있었다
덴마크의 한 정원에서 잉글랜드와 아랍권의 주화가 동시에 발견됐다는 사실은 바이킹 시대의 교역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이킹은 흔히 배를 타고 유럽을 공격했던 전사들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뛰어난 항해자이자 상인이었다.
북해와 유럽 각지를 오가며 물건과 은을 거래했고, 여러 교역로를 통해 멀리 이슬람 세계와 연결되는 경제 네트워크에도 참여했다.
이번에 발견된 은화들은 당시 북유럽 사회가 고립돼 있던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을 잇는 거대한 교류망의 일부였음을 보여주는 실물 증거가 될 수 있다.
■ 기존 최대 기록의 약 3배
18.5㎏이라는 규모 역시 상당하다.
기존에 덴마크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바이킹 시대 대형 은 보물은 약 6.5㎏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견은 무게만 놓고 보면 그 약 3배에 달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발견 지역 주변에서 과거에도 바이킹 시대 귀중품이 여러 차례 출토됐다는 점이다.
1970년대에도 인근에서 수㎏ 규모의 바이킹 시대 은 유물이 발견됐으며, 최근에는 바이킹 시대 금팔찌 여러 점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발견은 현재의 레빌 지역이 1000여 년 전에는 국제적인 교역과 경제 활동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지역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땅속의 은 18.5㎏보다 더 값진 것은 ‘역사의 기록’
발견된 유물들은 전문기관으로 옮겨져 정확한 연대와 제작지역, 사용 방식 등에 대한 분석을 받게 된다.
덴마크에서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고대 유물이 발견될 경우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으며,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가 소유가 되고 발견자에게 보상이 이뤄지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발견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은 18.5㎏의 현재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린 은 조각 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았던 방식이 남아 있고, 잉글랜드의 은화와 아랍의 디르함에는 수천㎞를 오갔던 사람과 상품의 이동 경로가 담겨 있다.
평범한 주택의 정원 아래 묻혀 있던 항아리 하나가 약 1000년의 시간을 건너 바이킹 시대 사람들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당시 세계를 연결했던 국제 교역망을 다시 세상에 보여준 셈이다.
GLOBAL NEWS24 AI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