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WS24] 인간의 노화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일까.

노화 과정에서 수십 년간 인체 조직에 쌓이는 특정 분자 손상을 인공 효소로 제거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이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레벨 파마슈티컬스와 칼리코 라이프 사이언스, 콜로라도대 의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대표적인 최종당화산물(AGE) 가운데 하나인 카르복시메틸라이신(CML)을 분해할 수 있는 인공 효소를 개발했다.

최종당화산물은 나이가 들면서 조직에 축적돼 염증과 여러 노화 관련 변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몸속에도 일어나는 ‘당화’…노화와 염증에 영향

음식이 높은 온도에서 조리될 때 당과 단백질 등이 반응하면서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있다.

인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화학반응이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

혈액과 조직 속의 당이 단백질이나 지방과 결합하면서 여러 종류의 최종당화산물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에 축적된다.

특히 콜라겐처럼 오랫동안 유지되는 단백질에 이러한 물질이 쌓이면 조직의 기능과 탄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AGE는 노화뿐 아니라 당뇨병 합병증을 비롯한 여러 질환과의 관련성이 연구돼 왔다.

■ 없으면 만들어낸다…AI 활용해 효소 후보 탐색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자연계의 미생물이었다.

사람에게 AGE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효소가 없다면 미생물 세계에서 이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찾아내거나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연구진은 방대한 미생물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AI(인공지능)를 활용해 다양한 효소 후보의 구조와 기능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 조직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AGE인 CML을 분해할 가능성이 높은 효소 후보를 찾아냈다.

실험 결과 선별된 효소는 손상된 단백질에 존재하는 CML을 상당량 제거했고, 장시간 반응시킨 실험에서는 제거율이 더욱 높아졌다.

■ 75세 기증자 피부 조직서 CML 55% 감소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실제 인간 기증 조직을 이용한 실험이다.

연구진이 75세 기증자의 피부 조직에 해당 효소를 적용한 결과 CML 수준이 약 55%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고령자의 피부 조직에서 측정되는 AGE 수준을 젊은 연령대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결과의 의미는 단순히 피부를 젊어 보이게 만드는 미용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에는 세포 자체를 젊게 만들거나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연구가 주목받았다면 이번 접근법은 세포 주변 조직에 오랜 시간 축적된 분자적 손상을 직접 제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눈 수정체·대동맥에서도 당독소 감소

효소의 가능성은 피부 조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64세 기증자의 눈 수정체 단백질에 효소를 적용한 실험에서는 CML이 약 78%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75세 기증자의 대동맥 조직에서도 CML이 70% 이상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AGE 축적은 당뇨병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망막·수정체 이상과 혈관 및 신장 손상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기술이 발전한다면 단순한 ‘피부 회춘제’보다 노화 및 대사질환과 관련된 조직 손상을 치료하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욱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 그러나 ‘70세 사람이 30세가 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해석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연구진이 70대 사람에게 효소를 투여해 신체 나이를 30대로 되돌린 것은 아니다.

고령 기증자로부터 얻은 인체 조직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특정 AGE를 감소시킨 것이 핵심이다.

AGE를 제거했을 때 실제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 기능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염증이나 질환 위험이 감소하는지,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한지 등은 앞으로 검증해야 한다.

인체에 투여했을 때 효소가 목표 조직까지 제대로 도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회춘 치료제가 완성됐다’기보다 노화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분자 손상을 직접 제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 근육 노화에서도 ‘되돌리기’ 연구

노화를 되돌리려는 연구는 근육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노화한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에서 특정 대사 효소가 감소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나이 든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에 관련 유전자를 추가해 대사 기능을 회복시킨 뒤 다시 생쥐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근섬유의 단면적이 약 45% 증가하는 등 근육 재생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근육 재생 능력을 세포 대사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일부 회복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역시 인간에게서 근육 회춘이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 ‘노화를 치료 대상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노화 연구의 방향은 단순히 오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에서 벗어나고 있다.

노화 세포를 제거하거나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연구, 줄기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술에 이어 이제는 조직에 축적된 분자 손상을 직접 제거하는 방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 역시 단순한 수명 연장보다는 노년기에도 질병과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건강수명 연장에 가깝다.

이번 연구가 향후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입증한다면 피부뿐 아니라 눈, 혈관, 신장 등 노화 및 대사질환으로 손상되는 여러 조직을 대상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수십 년 동안 몸에 쌓인 ‘노화의 흔적’을 분자 수준에서 찾아 제거한다는 접근.

아직 인간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기술은 아니지만, 과학이 노화를 단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이 아니라 일부 손상을 수리할 수 있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GLOBAL NEWS24 AI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