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새로운 분석이 나왔다.
IAEA가 최근 공개한 북한 안전조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에 새로 건설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최대 28개의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cascade)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분석됐다.
캐스케이드는 원심분리기 여러 대를 연결해 우라늄 농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농축 설비다. 따라서 캐스케이드 수와 원심분리기의 성능, 가동 방식 등에 따라 시설의 전체 농축 능력이 달라진다.
IAEA는 북한이 지난 6월 공개한 새 핵물질 생산시설 내부 사진과 상업용 위성사진 등을 비교해 해당 시설을 영변에 건설된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로 식별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건물 1층과 2층에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가 배치된 모습이 나타났으며, IAEA는 시설의 구조 등을 토대로 최대 28개 캐스케이드를 수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말 공사 시작…냉각장치 작동 정황도
새 시설 건설은 2024년 12월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건물 외부 공사가 진행되고 전력 공급시설과 비상 발전기, 냉각장치 등 농축시설 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설치됐다.
IAEA는 올해 들어 시설의 냉각장치 가운데 일부가 작동하는 모습도 관측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최근 영변의 새로운 농축시설이 이미 가동되고 있거나 가동 직전 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강선 농축시설도 확대…동시다발적 능력 증강 주목
IAEA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가 영변 한 곳에서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평양 인근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IAEA에 따르면 기존 건물 옆에 건설된 증축시설에서 올해 1월부터 가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났다.
영변의 기존 우라늄 농축시설 역시 계속 가동된 것으로 관측됐다.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재처리 작업이 진행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영변에 새로운 건물 하나가 추가됐다는 사실보다 북한의 전체 핵물질 생산 기반이 여러 시설을 통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IAEA 역시 영변과 강선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시설 확장을 근거로 북한의 전체 우라늄 농축 능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8개 캐스케이드=핵무기 몇 기’ 단순 환산은 어려워
다만 이번 분석을 북한의 핵무기 생산량과 직접 연결해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IAEA는 각 캐스케이드에 실제로 몇 대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됐는지, 원심분리기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 가동률은 얼마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새로운 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의 정확한 양이나 이를 핵무기 수량으로 환산한 공식 추정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은 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IAEA는 현장 검증 대신 위성사진과 공개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며 북한 핵 프로그램을 추적하고 있다. IAEA 공식 자료에서도 사찰단이 2009년 이후 북한에 상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IAEA는 북한의 지속적인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와 핵 프로그램 개발이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영변과 강선 핵시설이 동시에 확대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향후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둘러싼 긴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