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 냉동창고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이른바 ‘파주 냉동창고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9일 경찰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피유인자 살해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의 것으로 주장되는 실명과 사진, 그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카페의 상호 등이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찰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공개한 신상정보가 아니다.
경찰은 현재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재확산하는 데 주의가 요구된다.
60대 여성 카페로 유인…냉동창고에서 숨져
A씨는 일면식이 없던 60대 여성 B씨를 자신의 카페로 유인한 뒤 냉동창고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사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A씨가 보유한 상품권을 제3자가 매입하는 거래 과정에서 상품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등 중간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카페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품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A씨가 피해자를 냉동창고에 가뒀을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냉동창고 온도는 영하 25도 수준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냉동창고에 갇혀 있는 동안 A씨가 여러 차례 현장을 오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피유인자 살해’ 혐의 적용
경찰은 A씨에게 일반적인 살인 혐의가 아닌 ‘피유인자 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피유인자 살해는 유인된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적용되는 범죄로 일반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무겁다.
현행 형법상 피유인자 살해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카페에 방문하게 됐는지와 A씨가 피해자를 유인할 당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지 등을 포함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SNS에 피의자 실명·사진 확산
사건의 이례적인 범행 수법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A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실명과 사진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온라인 이용자들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 피의자가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여부,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를 판단한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신상공개위원회 개최나 공식적인 신상공개 절차를 논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 많아”
경찰은 현재 A씨가 밝힌 범행 동기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등 사건 전반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는지, 상품권 거래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추가로 규명해야 할 부분도 남아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피의자의 혐의 역시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판단된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르면 이번 주 A씨를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범행 자체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공식 결정 이전에 SNS를 통해 피의자의 신상이 먼저 공개·확산되는 현상을 둘러싼 논란도 남기고 있다.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필요성이 있는 한편, 공식 확인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잘못된 정보로 인한 제3자의 피해와 또 다른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피의자의 실명·사진·업체정보 등을 사실로 단정하거나 재확산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