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왜 맨손무술과 무기술은 서로 따로 배워야 하는가.
태권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맨손무술로 발전했고, 검도 역시 검을 사용하는 무술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두 무술은 각각의 길을 걸어왔다.
한 사람이 맨손무술과 무기술을 하나의 수련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이 질문에서 태권검도의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것은 대한민국의 전통 검술과 검도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우리의 맨손무술과 검의 기술을 서로 떨어진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몸과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었다.
■ 검을 잡기 위해 권법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검법은 검을 손에 들고 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검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권법이 필요하다.
맨손 수련을 통해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중심을 잡고, 거리를 이해하고, 움직이고 피하고 공격하는 몸놀림이 만들어진 후 그 움직임 위에서 자연스럽게 검법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태권검도에서 권법과 검법은 서로 떨어진 두 개의 기술이 아니다.
하나의 몸놀림에서 출발하여 서로 연결되는 기술이다.
■ 손으로만 사용하는 검법을 넘어
검을 사용한다고 해서 손과 팔만 움직이는 무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전에서 몸 전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발차기는 중요하다.
강한 발차기가 검과 함께 사용될 수 있다면 공격할 수 있는 거리와 방법도 달라진다. 손에 검을 들었다고 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발의 능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검을 사용하는 순간에도 손과 발, 몸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내가 태권도의 발차기와 검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바라본 이유 중 하나다.
■ 왜 ‘태권검도’인가
태권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술이다.
나는 ‘태권’이라는 명칭 속에 대한민국 맨손무술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태권도에는 손과 발을 사용하는 체계가 있고, 특히 강한 발차기가 발전해 있다.
그렇다면 그 손과 발의 ‘태권’ 위에 검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태권검도는 태권도와 검도를 단순히 반씩 섞어 놓은 무술이 아니다.
태권으로 몸을 만들고 그 몸놀림이 검으로 이어지며, 맨손과 검이 하나의 수련체계 속에서 연결되는 무술을 만들고자 했다.
손과 발, 태권 위에 검.
이 생각은 태권검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 두 손의 교차원리와 몸의 사용
태권검도에는 몸의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두 손의 교차원리’가 있다.
맨손 수련과 검 수련이 서로 다른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움직임과 양손의 활용이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태권검도의 기술체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검은 단순히 손에 들고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몸의 움직임이 검으로 이어지고, 검의 움직임이 다시 몸의 움직임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검의 기술뿐 아니라 검이 가진 철학도 태권 위에서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 2009년 8월 8일, 태권검도 창시 선언
태권검도는 2009년 8월 8일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무술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많은 기술 연구가 이루어졌다.
교본을 편찬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도장에서 실제 수련을 진행하면서 기술을 연구하고 체계를 만들어 갔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태권검도의 기술체계를 확립했다.
그리고 연무도와 교재에 수록되는 동작 및 기술 사진 등 그동안 연구하고 정립한 태권검도의 창작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 8월 8일을 태권검도의 공식적인 창시 선언일로 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2009년 8월 8일은 태권검도 연구가 시작된 날이라기보다,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연구와 교육, 수련을 바탕으로 태권검도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시점이라는 의미가 크다.
■ 강한 사람을 넘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무술
그러나 내가 태권검도를 만든 목적은 단순히 싸움을 잘하거나 호신 능력만을 갖춘 사람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무술 수련을 통해 강한 정신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통제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정신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태권의 손과 발, 검의 기술과 철학, 그리고 정신수련이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나야 한다.
나는 태권검도가 한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는 무술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수련을 통해 얻은 강함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무술이 되었으면 한다.
검을 잡기 위해 권법이 필요하다.
몸놀림을 익힌 후 자연스럽게 검법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검법은 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손과 발, 태권 위에 검.
그것이 내가 태권검도를 만들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이유다.
전성권
태권검도 창시자
GLOBAL NEWS24 발행인·편집인
(사)세계태권검도연맹 총재
(사)국제경찰무도연합회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