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의 태권검도 창시일지 ①]
태권검도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태권도와 검도를 합친 무술이군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태권검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나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 왔다. 태권검도라는 명칭 자체가 사람들에게 두 무술을 단순히 결합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검도는 분명 태권도와 검도의 장점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내가 추구했던 것은 두 무술의 기술을 나란히 배치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맨손과 무기가 하나의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무술 체계였다.
■ 왜 맨손 무술과 무기술은 분리되어야 하는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와 검도, 택견 등 여러 무술을 배우고 수련했다. 이후 다양한 무술을 지도하고 도장을 운영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왜 우리는 맨손 무술과 무기술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여 가르치는가.
태권도에서는 주먹과 발차기를 수련하고, 현대 스포츠 검도에서는 검을 중심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 각 무술은 저마다의 역사와 수련 목적, 독자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
인간의 신체는 하나다. 손과 발, 허리와 어깨, 중심 이동과 회전 운동은 서로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맨손으로 움직일 때와 검을 들었을 때도 신체의 기본적인 운동 원리는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맨손 기술과 검 기술을 하나의 수련 체계 안에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질문이 태권검도 창시의 출발점이었다.
■ 검을 잡았다고 발차기를 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여러 전통무술에서는 하나의 권법 체계 안에서 맨손 기술과 다양한 무기술을 함께 수련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권법을 수련한 사람이 그 신체 운용 원리를 검이나 봉 등의 무기술로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무술의 통합적 구조에 주목했다.
태권도 수련자가 검을 잡았다고 해서 그동안 익힌 발차기와 주먹 기술, 보법과 중심 이동의 원리를 모두 버려야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검을 수련한다고 해서 신체의 다른 부분을 활용하는 기술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도 없다.
물론 맨손 기술과 검 기술은 거리, 속도, 무게, 안전성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손에 검을 쥐여준다고 모든 동작이 검법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기술의 공통 원리를 연구하고, 차이점을 분석하며, 하나의 체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나는 이것이 태권검도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2009년 8월 8일, 새로운 무술의 출발
나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09년 8월 8일 태권검도를 창시했다.
태권검도는 태권도와 검도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맨손 기술, 검법, 보법, 신체 회전, 공격과 방어의 연결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현대 한국 무술을 지향한다.
태권검도의 창시는 하나의 완성된 기술 목록을 세상에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무술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무술은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과거의 전쟁 환경에서 발전한 무술과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무술의 역할은 같을 수 없다.
오늘날 무술은 신체 단련과 정신 수양, 스포츠 활동, 자기방어 교육, 문화적 계승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태권검도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계속 발전해야 한다.
■ 창시 17년, 태권검도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2026년 현재 태권검도는 창시 17주년을 맞았다.
나는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직접 검을 잡는다. 새로운 동작을 연구하고, 기존 검법을 분석하며, 보다 체계적인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연구하고 있는 배후검화와 같은 검의 회전 기술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다.
검을 등 뒤로 이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동작은 단순히 화려한 시범을 위한 기술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동작이 신체 협응력과 균형감각, 공간 인식, 검의 운용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가지는지 연구해야 한다.
또한 기존 기술과 새롭게 개발하는 기술을 구분하고, 각각의 명칭과 동작 원리, 수련 목적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나는 창시자라고 해서 과거에 만든 기술만 고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시자이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태권검도는 2009년에 탄생했지만, 2009년에 멈춰 있는 무술이 아니다.
■ 현대 사회에서 태권검도가 담당해야 할 역할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흉기를 이용한 강력범죄와 무차별적인 폭력 사건에 대한 불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무술 교육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현대의 무술은 단순히 상대를 공격하거나 제압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위험을 인식하는 능력, 충돌을 피하는 판단력, 신속하게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능력,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함께 길러야 한다.
특히 흉기를 사용하는 상대와의 대결은 매우 위험하다. 어떠한 무술도 흉기 공격에 대한 완전한 방어를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태권검도의 현대 자기방어 교육 역시 위험 회피와 거리 확보, 탈출, 도움 요청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검을 이용한 수련도 실제 흉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전한 수련 도구와 보호 장비, 통제된 교육 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검법의 운동 원리를 안전하게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 도구와 교육 방법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태권검도는 전통적인 검법 수련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현대 사회에 필요한 실용적인 무술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무술 지도자다.
아이들에게 검을 지도하면서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강한 공격 기술인가. 빠른 발차기인가. 화려한 검술인가.
물론 이러한 기술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자신의 힘을 통제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검을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배운다는 의미여야 한다.
무술을 통해 아이들이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신감을 얻으며, 자신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태권검도가 미래 세대에 전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인공지능 시대, 무술의 발전은 계속된다
2026년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에는 무술의 동작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고 책을 제작하거나 영상을 남기는 방법이 중심이었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동작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시각화하며, 다양한 언어로 교육자료를 제작하는 일도 가능해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기술이 태권검도의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무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동작을 분석하고 기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수련의 경험과 지도자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앞으로 태권검도는 창시 초기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스포츠과학과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원리를 검증하고, 누구나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태권검도의 미래다.
■ 태권검도는 완성된 과거가 아니라 발전하는 현재다
태권검도는 태권도와 검도의 장점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그 정체성은 단순한 기술의 결합에 있지 않다.
맨손과 검의 움직임을 하나의 원리로 이해하고, 신체와 무기의 조화를 추구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데 있다.
나는 앞으로도 태권검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새로운 검법을 연구하고, 기존 기술을 체계화하며, 후학들에게 그 원리와 철학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하나씩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오늘의 생각이 내일의 연구가 되고, 내일의 연구가 새로운 기술로 이어지며, 그렇게 축적된 기록이 언젠가 태권검도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태권검도는 맨손과 검이 하나 되는 무술이다.
그리고 지금도 창시자와 수련생들이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살아 있는 무술이다.
2026년 10월 21일
전성권
태권검도 창시자
(사)세계태권검도연맹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