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관리자

태화강 바람이 조용히 스며드는 새벽.
울산 남구 도장 안엔
형광등 불빛보다 더 밝게 깨어 있는 마음이 있었다.
전마루는 오래된 수련노트를 펼쳐 들었다.
그 속에는 흐릿하게 남은 첫 수련의 흔적,
초승달베기의 궤적이 남아 있었다.
“…이제, 기록해야 할 때가 왔다.”
검의 정신은 몸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기억도 변한다.
기술만 남고 마음이 흐려질 수 있었다.
그래서 마루는 결심했다.
태권검도(태검)의 철학을
후세에게 정확히 남기겠다고.
“기록은 검보다 더 길게 남는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한지훈이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다.
“형, 기술 정리는 제가 맡을게요.
온라인 교재와 평가 시스템도 연동하면
세계 어디서나 검의 정수를 배울 수 있어요.”
곧이어 윤서영이
수련 설계안을 들고 다가왔다.
“교육 철학은 제가 정리해볼게요.
태권도의 예절과 검의 흐름이
한눈에 보이도록 안배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종태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이들도 읽을 수 있도록
그림과 설명을 넣어도 될까요?
도장에서 수련하는 친구들이
검의 마음을 더 쉽게 알 수 있게.”
마루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
검이 사람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 검은 단지 쇳조각일 뿐이니까.”
세 사람은 자리에 둘러앉아
검법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초승달—반달—보름달
세 가지 베기에서 흐르는 하나의 철학,
벨 수 있는 몸가짐,
베지 않는 마음가짐
그 문장은
교범의 첫 장에 새겨졌다.
그리고 마루는 조용히 펜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검을 휘두르는 동안
우리는 마음을 다듬는다.
그 진심이 후세까지 닿을 수 있기를.”
그날 밤,
도장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기술이 글이 되고,
글이 길이 되고,
길이 다시 검이 되어
세계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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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 예고
📖 제24화. 검은 말보다 진심을 먼저 드러낸다
— 기술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진짜 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