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관리자

— 검은 기술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선택한다.
해질녘의 성주 들판은
언제나 금빛이었다.
노을이 조금씩 낮은 언덕을 삼키며
하루의 끝과 내일의 시작이
조용히 서로를 건네는 시간.
전마루는
그 시간이 좋았다.
몸은 약했지만
마음이 먼저 세상과 맞닿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마루는
뒷산 언덕까지 천천히 올랐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풀잎이 마루의 종아리를 간질였다.
그런데—
저 멀리 나무 아래에서
낯익은 기척이 다시 들렸다.
‘퍽— 퍽—’
마루는 숨을 멈춘 채,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나무에 걸린 마대 포대를 향해
한 남자가 혼신의 힘으로 발을 뻗고 있었다.
강용식.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검을 배웠고 태권도를 깊이 수련한 형.
그의 움직임은
단순히 무술이 아니었다.
잡념을 베고,
고독을 밀어내고,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 같았다.
마루는 말없이 앉아 바라보았다.
어린 소년의 가슴에서
설명할 수 없는 뜨거움이 꿈틀거렸다.
그때—
용식이 몸을 돌리며
마루를 발견했다.
“…또 왔냐?”
마루는 움찔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용식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마루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왜 숨도 못 쉬면서 여길 오냐?”
마루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이… 멋있어서요.”
잠시 바람이 멈췄다.
소나무 앞, 노을 아래, 조용한 언덕에
두 사람만이 서 있었다.
마루는 또박또박 말했다.
“저도…
저도 형처럼…
검을… 휘둘러 보고 싶어요.”
용식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 말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소년의 목소리엔
간절함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오래된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다.
“…그래.”
용식이 말했다.
“하지만 검은 장난이 아니다.”
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식이 뒤돌아서며 덧붙였다.
“내일, 해 질 때 여기 와라.”
그 말은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마루는 가슴이 뛰어올라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저녁 산책을 나왔던
한 소년이 뒷산 초입에서 마루를 불렀다.
“야, 전마루!”
부드럽지만 묵직한 목소리.
아버지가 지역 공무원이라
단정한 성격을 가진 소년.
한지훈.
“너 요즘 왜 혼자만 다녀?
무슨 일 생겼냐?”
마루는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
“지훈아…
나, 검 배우기로 했어.”
지훈의 눈이 커졌다.
“검?
네가?
야… 그거 진짜 멋있다.”
놀라기도 했지만
지훈의 얼굴엔
어쩐지 흐뭇한 미소가 비쳤다.
지훈은 마루 옆에 서며
조용히 말했다.
“힘들겠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훈의 격려는
마루의 마음을 한결 더 뜨겁게 만들었다.
“여기… 맞지?”
뒷산 계단 아래에서
큰 가방을 멘 소년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서도현.
언제나 기계 조립을 좋아하고
무엇이든 집중하면 밤새 파고드는 성격의 소년.
“마루 형이 검 배우러 온다길래…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요.”
셋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모였다.
푸른 하늘 아래,
바람은 셋을 연결해주듯
조용히 불어왔다.
노을빛은 붉었고,
바람은 서늘했으며,
소년들의 눈빛은
어쩐지 뜨거웠다.
강용식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소년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검은 힘보다 마음이 먼저다.
마음을 움직이면
검은 자연히 따라온다.”
그 말은
세 소년에게 평생 남을 가르침이 되었다.
그날,
마루의 인생은
새로운 길 위에 놓였다.
그리고 한지훈과 서도현,
두 친구의 인생도
조용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들의 검은
누군가를 베기 위한 검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는 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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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be continued…
다음 화,
마루는 용식 형과 함께 본격적인 기본기를 배우기 시작하고,
지훈과 도현도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며
새로운 ‘삼검지애’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한다.
📖 제3화. 검을 들겠다면, 마음부터 단련하라
— 몸보다 먼저 성장하는 것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