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관리자

— 힘보다 먼저 필요한 건 ‘마음의 무게’였다.
전마루는
다음 날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 없었다.
어제 용식 형에게 들었던 말—
“내일 해 질 때 오라.”
그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울렸다.
몸은 여전히 약했지만
오늘만큼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뛰고 있었다.
노을빛이 들판을 물들일 때,
마루는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강용식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새로 깎은 나무향을 풍기는 목검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왔냐.”
단 한 마디.
그 짧은 말 속에
마루는 이유 모를 따뜻함을 느꼈다.
용식은 목검을 천천히 내밀었다.
“검은…
힘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다.
네 마음이 먼저 서야
검도 선다.”
마루는 조심스레 목검을 받았다.
첫 느낌은 무거움이 아니었다.
책임감의 무게였다.
“발 넓이는 어깨 너비.
무릎은 살짝 굽히고.
허리는 꺾지 마라.
숨은 배로 쉬고…”
용식은 마루의 어깨와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
하나하나 바로잡아주었다.
마루는 숨을 고르며
용식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팔은 떨렸고
옆구리엔 힘이 빠졌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형… 저… 조금만 쉬어도…”
“아니다.
지금이 네가 가장 단단해질 때다.”
용식은 단호했지만
그의 눈빛엔
‘포기하지 마라’는 격려가 담겨 있었다.
마루는 이 한마디에
다시 힘을 냈다.
그때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
“야, 전마루! 정말 검 배우고 있었네?”
한지훈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어제 마루의 말을 듣고
지훈도 내심 궁금해했다.
그래서 바로 달려온 것이다.
용식이 지훈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도 배우고 싶으면 서라.”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몸은 약한데 머리는 좀 빨라요.
그래도 해볼 수 있겠습니까?”
용식은 잠시 지훈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마음이 있으면 된다.”
마루는 옆에서 웃으며 지훈을 맞이했다.
둘은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나란히 섰다.
잠시 후,
뒷산 언덕 아래서 누군가 큰 가방을 흔들었다.
“저도…! 형들, 맞죠?”
서도현이었다.
기계를 좋아해 늘 손에 드라이버를 들고 있던 소년.
“도현아? 너도…?”
“어제 마루 형이 검 배운다길래…
저도 함께 하고 싶어서요.”
도현의 눈빛엔
호기심이 아니라 결심이 있었다.
용식은 세 소년을 바라보며
천천히 목검 세 자루를 나누어주었다.
“지금부터 너희 셋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그 말에
세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보며 웃었다.
“기합!”
용식의 구령에
세 소년의 첫 기합이 동시에 울렸다.
“하앗!!”
바람이 흔들렸다.
노을이 흔들렸다.
그리고…
세 소년의 마음도 흔들렸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시작의 떨림이었다.
이날,
소년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검을 잡았고,
숨이 얽혔고,
마음이 이어졌다.
앞으로의 수련이
힘들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세 사람이 함께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든든했다.
다음 화,
마루는 기본기를 넘어서
‘첫 베기’라는 시험을 치르게 된다.
지훈과 도현도 각자의 방식으로
검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다.
📝 제4화. 검은 마음을 담아야 비로소 빛난다
— 검 끝에 담기는 건 힘이 아니라 사람이다.